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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Changeover

전시기간/ 2024.8.13-8.31

전시작가/ 김여진, 김재연, 박명미

관람장소/ 개나리미술관

관람시간/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는 존재 전체가 살(la chair)로 되어 있다는, ‘살 존재론’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세상에 펼쳐진 모든 존재는 감각 덩어리이기 때문에, 이 감각을 우리가 경험하기만 한다면 자신과 자신 밖의 경계가 사라지는 존재의 자리바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뜨거운 컵을 만질 때의 감각과 같이, 악수할 때 손을 잡음과 동시에 잡힘을 느끼는 것과 같이 외부 현상이 나에게 들어와 어떤 자극을 줄 때의 힘의 침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가들은 사물과 현상에 대해 또는 타인과 어떤 환경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침투하고, 때로는 잠기기도 한다. 외부 세계는 객관적인 실재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질감, 빛, 색채, 온도와 같은 성질로도 존재한다. 이 성질을 기억하고 다시 전달하는 과정은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함축하는 신체적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박명미 작가는 외부대상과 연결하는 일종의 실천으로서의 회화를 시도한다.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권력에 사라지는 것들, 밀려나는 풍경, 버려진 것들, 아무것도 아닌 주변부 흔적’ 들을 자신의 기억과 감각으로 그려내는 것인데, 이를 통해서 그러한 존재들이 사라져 없어지더라도 그 존재적 순간을 붙잡아두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는 대상이 존재했던 순간을 섬세하게 떠올려본다. 현실에서 그와 유사한 느낌이나 감각이 생길 때마다 그림을 그려가기 때문에 작품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작품 너머로 대상이 한순간 일어나는 것 같다. 또한, 그 대상이 작가에게 말을 걸 때 작가가 응답한 축적된 반응도 동시에 겹쳐 보인다.

 김재연 작가는 자신의 정서적 변화나 떠오르는 의문을 사진으로 현상한다. 객관적 모습을 비추는 사진은 작가의 반복적인 실험으로 정서적 공간을 가지게 된다. 외부 세계와 작가 자신 사이에 의식적인 거리감을 형성되는 것인데, 이것이 작가와 외부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 맺음의 일면처럼 보인다. 식물을 채집하여 스캔이나 시아노 타입으로 모양을 딴 뒤 디지털 콜라주를 진행하기도 하고, 실패한 사진 위에 이미지를 쌓아 올리며 실패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매체와 예술 사이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완전함을 보류하는 작가의 작업 태도와도 연관된다. 작가의 작업은 외부 현상에 얽히고 반응하는 개인의 존재적 움직임을 보여주며 삶과 예술의 의미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김여진 작가는 감각의 상호작동으로 특정한 감각과 정서를 환기하는 기법을 선보인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외부(일상의 감각)를 내부로 끌어들여와 사적인 작업 세계로 추상해 내는 것인데 작가는 이것을 ‘유사 일상’이라고 부른다. 이는 바람에 대한 인상, 공원에서의 소리, 아늑한 실내의 온도와 같은 것으로 우리가 공유하는 일상, 나아가 우리가 공속되어 있는 근원적인 감각에 대한 작업이다. 작품은 하나의 ‘현상’이 되어 우리에게 제시되고 감각과 기억, 감정이 잠재된 신체 내부의 흐름을 작동시킨다. 관객은 대상이 주는 어렴풋한 분위기를 느끼고 그 분위기 뒤에 다시 대상이 있음을 상상한다. 우리는 작가의 작업으로 경쾌하거나 부드럽고, 아늑하거나 따뜻한 느낌으로 또 다른 시공간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눈앞에 있는 대상 이전에 존재하는 원초적 지각에 기대어, 청각이나 시각 같은 감각이 얽혀 있는 근원적 세계를 암시한다. 이러한 세계의 흔적은 우리 신체 내부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다. 

 전시에서 드러나는 감각적 순간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지우며 존재 간의 뒤섞임을 보인다. 나와 대상이 만나 가역적인 순환이 일어나는 순간적인 일은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는 기차 밖 풍경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내밀한 자신과 외부대상이, 과거의 기억과 지금의 순간이 겹쳐지며 다층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우리는 이 순간적 인상에서, 자신 속에 새겨진 감각과 기억을 그리고 타인의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기획 최소현)

 

 

* changeover는 체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각기 다른 체계를 가진 존재 간의 교차점, 즉, 환경이 자신에게로 침투하고 자신이 곧 타인이 되는 전환적 순간에 대해 의미한다.

** 살 존재론에 따르면, 예술가는 사물과의 깊이와 밀도,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감응하여 그것을 펼쳐낸다. 따라서 작품은 또 다른 의미 세계를 열어 놓는 것과 같다. 여기서 ‘본다’는 것은 보는 자와 보이는 세계가 애매하게 융합 되는 살의 사건이 된다. 최재식, 「현대 미술사의 해시태그, 메를로퐁티」, 신인섭 엮,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 2020.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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