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단상>

 

 

내 아기를 업고 벚꽃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았다

말을 못하는 아기는 나를 보며 자기 말을 한다

엄마의 등은 벚꽃보다 화려한 꽃무늬 옷으로 감춰져있다

엄마가 없어지면 어쩌지

엄마가 없어지면 어쩌지

엄마는 엄마가 되기 전에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사라지면 그 흔한 화려한 꽃무늬 옷이 아주 오랫동안 생각날 것만 같았고 나는 그것을 그리기 시작했다

눈을 감으면 엄마 등 뒤로 꽃들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고 그것들을 하루하루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바람의 몸에 시간을 견딘다 

그림은 매일 같고도 아주 조금씩 달랐다 

흐르던 꽃들은 무엇인지 모를 오래된 벽지처럼 남아있고

빙빙빙 선구는 오늘도 노래를 부른다 너는 나의 우유 빛 살구 향

 

 

미래는 눈부셨고

숲은 사라졌다

어떤 사람들은 길을 잃었다 미래의 여자는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 있을까

두려웠어 미래의 그들에게 잡힐 까봐 

남자와 여자는 미래의 빛에 서로가 부끄러워졌고 자신의 모유로 덮여진 숲 사이로 여자는 사라졌다

사라진 숲에서 발가벗고 있던 남자는 춤을 추려하는데

빙빙빙 선구는 오늘도 노래를 부른다 너는 나의 우유 빛 살구 향

 

 

2011년 주현이는 바이올린을 배웠을까 강아지는 키우고 있을까 의사는 되었을까

2011년 경희는 좋은 훌륭한 큐레이터가 되었을까 

우리는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데

은구는 오늘도 잘 놀고 있을까

재이는 오늘도 잘 놀고 있을까

빙빙빙 선구는 오늘도 노래를 부른다 너는 나의 우유빛 살구향

 

 

여기 지금 

살갗 아래, 가슴 속 푸른 별을 간직한 존재들이 있어

우리는 서로가 다른 무지개 빛깔

빛깔 사이사이 어딘가에서 낮고 가냘픈 소리가 울린다

서로는 잘 듣고 있는 걸까

서로는 잘 보고 있는 걸까

과거의 여자는 잠시 나타났다가 자신의 모유로 덮여진 숲 사이로 다시 사라진다

남자는 다시 춤을 추려하고

조각난 나무 오래된 아버지 주름 같은 낡은 낙엽 잎 구멍사이로 모든 것은 빛난다

빙빙빙 선구는 오늘도 노래를 부른다

빙빙빙 선구는 노래를 부른다 오늘도 너는 나의 우유 빛 살구 향

 

 

2024.1.30. 박명미